국내 여성복의 명맥을 잇고 있는 패션기업으로는 한섬(타임, 시스템)과 바바패션(아이잗바바), 대현(주크), 시선(미샤), 린컴퍼니(린) 인동에프엔(쉬즈미스) 등이 있다. 매출 1조4000억원대인 한섬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출이 2000억~3000억원대인 중견기업이다. 주로 30~40대 커리어우먼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 패션업계에서는 ‘5대 커리어 브랜드 기업’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40대 안팎 여성을 대상으로 코트 한 벌 기준 약 40만~50만원의 상품을 주로 팔았다.
5대 커리어 브랜드 기업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오프라인 이용객이 뚝 끊기면서 패션업계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제대로 된 온라인몰이 없어 판로가 막힌 데다 제품 라인업이 정장 위주로 구성돼 재택근무라는 트렌드 변화에서도 소외됐기 때문이다.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등 캐주얼한 느낌의 신진 여성복 패션 브랜드가 20~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대현(2019년 대비 감소율 15.6%), 바바패션(20.8%), 인동에프엔(15.1%) 등은 매출이 두 자릿수 급감했다.
한섬은 지난해 28년 만에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바꿨다. LF는 버버리 출신 디자이너 뤽 구아다던 수석디자이너를 영입해 패션 브랜드 ‘닥스’를 새로 단장하기도 했다.
패션기업들은 올해 들어 매출이 개선되면서 추가 투자에도 여력이 생겼다. 대부분의 중견 패션기업이 올해 최대 매출 신기록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패션기업의 총매출은 20조57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조2383억원)보다 6.9%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송년회와 결혼식 등 각종 사회적 행사가 많아지면서 모임에 입고 나갈 고가의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정상가 판매가 늘고 재고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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